한밤중의 대소동-1부

지난 월요일, 혜림아빠가 성경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온 시간은 저녁 12시 무렵. 혜림이를 재우다 깜빡 잠이 들었던 나는 거실에 켜진 환한 불빛을 보고 다시금 잠에서 깨어났다. 혜림아빠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다시 잠자리에 누우려고 하는데,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좀처럼 잠을 청할 수 없었다. 한 동안 기타연습을 하던 아랫집 남학생은 이제 노래를 틀어놓고 건반으로 연주법을 따라하는 듯 했다. 그 소리가 어느 정도였냐면, 그 노래가 박효신의 목소리를 담은 가수의 곡이었다는 것과, 발라드 곡으로 이별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까지 알 정도였다.

아랫집의 음악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작은 아가씨와 함께 살 때는 작은 아가씨가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찬양소리를 자명종으로 대신 생각할 정도였고, 큰 딸의 피아노 연주와 아랫집 아주머니의 뱃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성량 좋은 노래도 원하든 원치않든 들어야만 했던 날이 무수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생활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래층에서 듣는 소리보다, 아래층이 우리집으로 인해 들어야 하는 소리(혜림이의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더 클 것이라고만 생각해서 무조건 ‘죄인’된 입장으로 그저 함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날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는 공공주택이고, 시계는 이미 새벽 1시를 넘어 20분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혜림아빠와 나는, 그 소리가 확실히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서 6층에만 불이 켜 있는 게 맞는지, 6층 대문을 통해 같은 소리가 들리는 지 한 번 더 확인했다. 6층이었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혜림아빠가 내려가서 얘기를 해 보겠다고 했다. 나도 그러라고 했다. 잠을 못 잘 정도의 소음이라면 늦은 시간임에도 찾아가 얘기해 볼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래층에 내려간 혜림아빠가 금세 올라왔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고 했다. 그리래 이번에는 인터폰으로 전화를 했다.

“윗집인데요. 죄송한데, 혹시 악기 연주하고 계시나요? 소리가 다 들려서요. 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혜림아빠는 방으로 들어왔다. 한밤의 소음사건이 정리된 듯, 다시 잠자리에 들려는데 이번에는 우리집 인터폰이 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인터폰 호출의 주인공은 바로 아랫집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인터폰을 끊고 나니 혜림아빠의 행동이 괘씸하게 여겨지셨던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그게 이 늦은 시간에 인터폰으로 얘기할 내용이냐, 낮에 충분히 할 수도 있는 얘기를 굳이 인터폰으로 하는 이유가 뭐냐…하시며 분을 삭이지 못해하셨다. 그리고는 전화가 갑자기 끊어졌다. 혜림아빠는 다시 내려가 보겠다고 했고, 나는 일이 커질까 싶어 그런 혜림 아빠를 말렸다.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끊은 듯했기 때문이다. 혜림아빠는 하던 얘기는 마무리지어야겠다며 아래층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가 몇 분간 들려왔다. 혜림아빠의 얘기에 의하면 아래층 아주머니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문을 열고 내뱉은 첫마디가 “이 시간에 잠 안자고 뭐해요?”라는 것이었다고.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음악을 들었나본데, 가장 편하고 안식해야 할 자신의 집에서 조차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한다면, 그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야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한다. 유구무언. 혜림아빠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주머니는 다혈질에 지극히 개인중심적인 성향이 강한 분이었다. 자신의 불편은 조금도 견디지 못하면서(지난 여름 장마철에 자기 집의 천정에 물이 샌다면서 이유를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우리집으로 전화했던 그 아주머니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타인의 불편에는 무심한… 일종의 그런 사람이었다. 기질로 본다면 ‘담즙질’적 성향이 강한 분이었다.
혜림아빠와 나는 잠자리에 누워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눈을 붙여야 했다.

by sunny | 2009/10/28 17:01 | Today is...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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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edbicycle at 2009/10/29 11:06
참.. 대책없는 분이시구나~
그집 애들이 참 걱정이다. 엄마 닮으면 어쩌니~~ㅠㅠ
이미 닮아 있는거겠지..쯧쯧
Commented by at 2009/10/29 16:03
귀신의 피아노소리집...
하여간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내가 그런 사람이 안되길 바랄뿐이예여..;;;
매번 그러면 정말 문제네요..
똑같이 혜림이보고 '쿵쿵쿵쿵 뛰어'라고 할 수도 없고... 쩝
Commented by sunny at 2009/10/30 14:35
to. redbicycle
이웃과의 관계.
참 어려워...

to. 롬
기억하는구나~
지난번에 놀러왔을 때 그 피아노소리.
혜림이 키우면서 솔직히 나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반응하실거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지.
Commented by at 2009/11/01 00:05
우리집은 물이 새서 벽지를 갈아달라고 했더니
거의 욕을 했다는...

참 이웃이 어려어요
Commented by sunny at 2009/11/04 16:28
우리집도 벽지를 갈아줘야 할까봐.
말이 없길래 가만히 있었더니...
그게 쌓여서 '화'가 되신 모양이야. ㅜ,.ㅜ
Commented by 구너리 at 2009/11/07 21:00
ㅇㅇ 그놈의 담즙질...
저도 찾아봤더니....<우울질>에 가깝더군요..ㅠㅜ
Commented by sunny at 2009/11/12 13:43
내 말이 맞았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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