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무릎 꿇지 않으리~

1.
혜림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아침.
늦잠을 잔 탓에 마음이 분주하다.
신호등만 건너면 저 앞이 바로 어린이집.
20m 전방의 신호등이 이내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걸어가다가는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할 상황.
"혜림아~ 뛰자!"
뒤뚱뒤뚱... 으쌰으쌰... 겨울 옷을 잔뜩 껴 입은 우리 모녀.
급한 마음에 발보다 몸이 앞섰나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넘어져서 바닥에 뒤굴고 만다.
무릎팍이 깨졌는지 고통이 전해져 오고,
그래도 엄마랍시고, 혜림이를 먼저 챙긴다.
"혜림아 괜찮아?"
"응. 엄마는?"
"엄마도 괜찮아. 그런데 무릎이..."

아, 이제 결코 신호등 앞에서 무릎 꿇지 않으리.

2.
혜림이가 '곰 세마리' 노래를 부를 때 외에는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곰'이라고 생각한 적 없건만,
요즘의 나는 겨울 잠을 자는 '곰' 같기만 하다.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진 못해도 남편이 일어날 때
함께 일어나 남편의 아침 식탁을 챙겨주곤 했던 나였는데,
'겨울잠 자는 곰'이 되어 버린 요즘,
남편의 기상 소리에 눈을 떴다가도 다시
이불 앞에 무릎을 꿇고 있으니...
덕분에 남편은 차가운 국을 뎁히지도 않고 밥을 말아
대충 먹고 출근을 하는 모양이다.
그저 밥 먹는데 의의를 둔 사람마냥.
결혼 3년차, 그래도 신혼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너무나도 이기적인 나의 모습에 후회가 밀려든다.

아, 이제 결코 이불 앞에서 무릎 꿇지 않으리.

3.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무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남편의 번호가 핸드폰에 찍히며 요란하게 진동한다.
이 시간엔 전화 잘 안 하는데, 무슨 일이지?
(우리 사무실은 1시부터가 점심시간이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과장님이 당신한테 전화한 번 해 보라고 해서..."
"당신 과장님이 저한테 왜요?"
"내가, 당신이 보라씨(여직원)보다 더 예쁘다고 했더니..."
"보라씨가 훨씬 낫죠."
'아니야, 당신이 훨씬 나아."
"그럼, 그렇게 믿고 사셔요."
"알았어."
남편의 도를 넘긴 농담.
누가봐도 보라씨는 참 예쁜 직원인데...
나를 놀리는 기분이 슬쩍 들기도 하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남편의 농담 앞에 나 무릎 꿇지 않으리~


by sunny | 2009/11/19 14:10 | Today is... | 트랙백 | 덧글(3)

주말 나들이, 북서울 꿈의 숲

매주 결혼식에 초대를 받고 있다. 내가 결혼할 때에는 일생일대 최대의 잔치로만 여겨졌던 결혼식이 '타인'이 할 때는 꼭 그렇지만도 않게 여겨지다니... 사람이 참 간사하다. 그러나 이번에 결혼하시는 분은 혜림 아빠에게나 나에게나 좀 특별한 분이셨기에 먼길 마다않고 달려가게 되었다. 'JOY'라는 선교단체를 통해 알게된 이원영 간사님. 내가 공부하러 다닐 때에는 나의 리더님이셨다가, 남편이 공부하러 다니는 지금은 '간사님'으로 JOY를 섬기고 계시다. 이 어찌 특별한 인연이라 하지 않겠는가. 결혼식은 미아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진행되었다. 참으로 선한 얼굴의 남편을 배필로 맞이하신 리더님이 더없이 행복해보였다.(미처 카메라를 준비해 가지 못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신부님의 화사함을 받쳐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그래도 너무너무 아름다우셨던 리더님~ 다시한 번 결혼을 감축드리옵니다!)
결혼식 참석 이후 우리 가족은 그냥 집으로 가기가 뭣해 서울에 사시는 '특별시민들'과의 만남을 진행해보려 하였으나, 친정엄마도 언니도, 지인들도 모두들 '자리비움'이거나 '업무중'이셨다. 어찌할까... 하던 중 혜림아빠가 발견한 '북서울 꿈의 숲' 표지판! 그렇게 우리는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드림랜드 부지로 향했다.
"와~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넓은 부지에 이것 저것 볼거리가 상당했다. 아직 '숲'이라고 하기엔 좀 이른감이 없지 않았지만, 뚝섬의 서울숲과 비교해본다면 북서울 꿈의 숲이 훨씬 더 나은 듯 했다. 
먼저 숲 입구에 위치한 디자인갤러리에 들어가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업들에 대해 공부를 좀 해 주시고~  잘 지어진 한옥 구경도 했다. 그리고 예쁘게 깔린 길을 따라 산책, 또 산책... 남편은 회사일이 그쪽 계통의 일인지라 바닥에 깔린 '목재데크'에 심취해 핸드폰으로 사진까지 찍으며 '직업병'을 과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모녀는 낙엽과 바람과 가을볕을 만끽하며 모처럼의 산책을 즐겼다.
중간중간 분수대며 호수며 놀이터며,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도록 발걸음이 닿는 길목마다 두 눈도 즐거운 볼거리들. 더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북서울 꿈의 숲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전망대였다. 칭얼거리며 안아달라 업어달라 보챌 혜림이가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게 온 곳이니만큼 전망대까지 가 보자고 했다.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사면 엘리베이터를 타야했는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전망대 위에서 경치를 관망하며 사진도 찍고, 전망대 한 층 아래에 있는 까페에 들러 와플과 커피도 한 잔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전망대에 불이 들어오자 사진의 배경은 어느새 '블루톤'으로 바뀌어 '사진빨'은 최고조에 달했다. 모두들 이쁜척하며 자.아.도.취 ^ㅁ^/
가족과 함께 있으면 참 좋다. '함께 있는 시간'은 나의 사랑의 언어이다. 어린 혜림이에게도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말로는 차마 표현하지 못할 사랑의 언어일 것이다. 함께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고, 염려할 일도 없으며, 그저 마음이 평안하다. 밤이 내려앉은 북서울 서울 숲은 곳곳에 설치된 조명으로 인해 더욱 아름답게 변했다. 놀이터 옆에 있는 바닥분수는 최고였다. 한동안 바닥분수에 정신을 뺏겨 우리 가족은 집에 가야한다는 사실마저도 잊고 있었다.
다시 가고 싶지만,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누군가가 미아리쪽에서 결혼을 하고, 우리 가족을 초대해준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도 흔쾌히 그 초대에 응하고, 우리 가족은 '북서울 꿈의 숲'을 또다시 찾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by sunny | 2009/11/13 15:02 | 트랙백 | 덧글(7)

딸아, 고마워!


네가 우유를 컵이 아닌 '빨대 병'에 담아달라고 했던 그 날,
빨대꼭지가 없어져서 엄만 너에게 '그냥 컵에 먹으렴~'하고 말했는데,
너는 울면서 '빨대 병'에 우유를 먹겠다고 고집했었지.
엄마는 너를 달랠 기운도 없어서 네가 우유를 쏟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빨대꼭지가 없어서 구멍이 넓어진 병에 우유를 양껏 담아 주었지.
그리고 너는 우유를 옷에 잔뜩 흘리고는 더 크게 울어댔지.

미안해 딸아.
엄마가 빨대 병에 우유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차근차근히 설명해줬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너는 '네~ 엄마'하며 컵에 우유를 달라고 했었을텐데...
사실 그 날 엄마는 기분이 몹시 안 좋았었어.

매일 저녁 잠들기 전 엄마와 하던 스티커 북.
그날 엄마는 너와 나란히 엎드려 스티커 북을 펼칠 기운이 없었어.
그래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자는 척을 하고 말았지.
그런 엄마의 얼굴을 확인하고, 아빠와 함께 스티커 북을 했던 너.
엄마에게 칭얼대지 않아줘서 고마웠어.

그 날 밤 잠자리에서 내 옆에 누운 넌 내게 말했지.
"엄마, 이제는 우유 컵에다 주세요라고 말할게요."
그 날 밤 쉽게 잠 못 들며 뒤척이던 넌 내게 말했지.
"엄마, 왜 오늘 나랑 스티커 북 안 했어요? 난 엄마랑 하고 싶었는데..."
내가 아프다고 말하자 고 작은 입을 벌려 내 얼굴에 '호~'하며 입김을 불어줬던 너.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로 내게 대해주는데,
엄만 언제나 최소한의 것들로만 네게 해주고 있었구나.

딸아, 고마워.
엄마가 행복해야 너도 행복하다는 것을 이제 깨닫는구나.
나의 행복을 받아먹으며 자라는 너.
네가 곁에 있어주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엄마가 참 미안하고, 많이 고맙고 그래.


by sunny | 2009/11/06 13:39 | 혜림이랑~ | 트랙백 | 덧글(8)

나, 다스리기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그러나 실제로 행복을 만끽하면서 사는 사람은 드물다.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표정에서 알아볼 수 있다. 행복한 사람은 늘 미소짓고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얼굴을 찌푸린다. 여기서 한번 자문해보자. 나는 늘 웃고 있는 편인가, 아니면 늘 찡그리고 있는 편인가? 자신이 전자에만 속한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늘 웃고 있다가도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불쑥 솟는 화를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화를 내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걸까? 부처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은 모두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이라 했다. 그리고 이 독들은 하나로 묶어 화라 했다. 마음속에서 화를 해독하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화는 평상시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 그러다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갑작스레 마음 한가득 퍼진다. 잔뜩 화가 나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말은 아주 신랄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쏟아내는 악담은 듣는 이를 거북하게 만든다. 그와 같은 행동은 그가 매우 고통받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 한가득 독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이해하면 그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그의 공격적인 말에 동요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화란 우리 마음속의 일이므로 그것을 다스리는 것도 우리 마음속의 일이다.
화가 났을 때는 무엇보다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는 날감자와 같은 것이다. 감자를 날 것 그대로 먹을 수는 없다. 감자를 먹기위해서는 냄비에 넣고 익기를 기다려야 한다. 화도 마찬가지다. 당장 화가 났다고 감정을 주제하지 못해 괴로워하지 말고 일단 숨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화가 났을 때는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여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는지, 상대방이 내게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내가 무엇 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 헤아려야 한다.
화는 예기치 못한 큰일을 당해 생길 수도 있지만, 대개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자잘한 문제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마다 우리는 일상에서 엃어버린 작은 행복들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다. 부처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우리에게 유용한 도구들을 전해주셨다. 의식적인 호흡, 의식적으로 걷기, 화를 끌어안기, 그와 나의 내면과 대화하기 등, 그러한 도구들을 사용하면 우리는 마음속에서 화가 일어날 때마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내가 있는 플럼빌리지에서는 이러한 것을 '씨앗을 골라 물 주기'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밭에 비유한다. 그 밭속에는 아주 많은 씨앗이 있다. 기쁨, 사람,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씨앗이 있는가 하면 짜증, 우울, 절망 같은 부정적인 씨앗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가장 부정적인 씨앗이 아닌 긍정적인 씨앗에 물을 주려고 노력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평화의 길이며, 행복을 만드는 법칙이다. 

-틱낫한, <화>,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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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을 나가던 그 날은 틱낫한 스님이 들려주었던 이런 이야기들이 미처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집을 나가야겠다고만, 그저 어디로든 떠나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다.

2.
지난 날, 나는 특별히 화가 났었다기 보다는 그저 내가 처한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늘 반복되는 일상. 마치 지금 하는 이 일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 몹시 단조롭게 느껴졌고, 그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어떤 사람도 나에게 먼저 손 내밀어주지 않았다. 세상 가장 가까운 사람일 것 같은 남편마저도 너무나 바쁜 나머지 나의 투정에 귀기울여줄 수 없었던 까닭에 나는 남편도 등지고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결코 예외였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혜림이'였다. 나의 분신(分身).
퇴근하자마자 혜림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단촐한 짐을 꾸렸다. "혜림아! 엄마랑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여행가자!" 혜림이가 마다할 리 없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서울로 향했다. 당장의 계획은 교회 동생들을 만나 전해 줄 것을 전해주고 이야기를 좀 하다가 밤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슝~ 하는 것이었다. 결혼한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갈 수 있는 곳이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여 밤기차만이 우리 모녀의 잠자리를 해결해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밤기차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혜림이와 단 둘이 떠나는 밤기차 여행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느즈막히 만난 민성이가 우리 모녀의 '여행'에 동행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민성이의 진가를 확인하게 될 줄이야... ^^ 이렇게 둘이 아닌 셋이 되어 마음은 더욱 단단하게 무장되었다. 헌데 부산행 기차도, 정동진행 기차도 모두 매진되었고, 남은 건 입석 뿐이라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시계는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더 이상 지체하기에 세 살 어린이 혜림이는 눈과 다리가 이미 풀려있었다. 우리들은 서울역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시청에서 내려 한 호텔로 향했다. 남편과 결혼하던 날 하룻밤을 묵었던 바로 그 호텔- '프레지던트 호텔'로 말이다. 친정도, 친구네 집도, 찜질방도... 우리의 '여행'을 반갑게 맞아줄 것 같지 않았으나, 번쩍이는 호텔은 우리를 향해 넓고 큰 팔을 쭈왁~ 벌리고 있었다.

"엄마~ 우리 왜 집에 안 가요?" 눈에 졸음이 한 가득 찬 혜림이가 내게 물었다.
"웅. 오늘은 여기서 잘꺼야~"
"우리집은요?"
"우리집은 내일 가자!"
이 말을 하는데 왜 그렇게 혜림이에게 미안하던지. '여행'이라고 단정해서 표현했던 삶의 일탈이 '가출'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었겠지. 생각했다.

겨우 혜림이를 재우고, 민성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느즈막히 잠자리에 들었다. 길지 않았던 그 밤이 왜 그리 길게만 느껴졌는지, 잠은 왜 그리 자주 깼는지, 꿈자리는 왜 그리 뒤숭숭했는지... 나는 이미 답을 알아버린 사람처럼 짐을 챙기고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왔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영화 제목으로나 어울릴법한 표현이었다. 하늘은 궂었고 몸은 더욱 피곤했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게 맘껏 사치를 부린다한들 마음이 편해질 리 없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가야 할 곳을 이미 알고 있는 현실에서 잠깐의 일탈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겠는가.

3.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호텔에서의 1박이 나에게 가져다 준 교훈은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호텔에 있건, 우성아파트에 있건, 생협에 있건, 출판사에 있건... 아줌마이건, 아가씨건, 엄마건, 아내건... 중요한 것은 내가 서 있는 곳, 나를 표현해 주는 단어들이 아니라 그 중심에 서 있는 '나' 자신이었다. 나를 다스려야했다. 나 자신과 더 많이 이야기해야만 했다. 생각나는대로 말로 내뱉고, 느끼는 그대로 얼굴로 표현할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 뿌려진 긍정의 씨앗, 희망의 씨앗, 사랑의 씨앗들을 골라 그 씨앗 위에 더 많은 물을 주고, 더 많은 볕을 주고, 더 많은 양분을 뿌려주어야 했던 것이다.

4.
지난 금요일 저녁, 나의 가출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지난주의 남편과 이번주의 남편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남편은 이번주도 내내 늦고 있다. 남편에 대한 나의 사랑의 언어가 '함께 있는 시간'과 '인정하는 말'이라는 것을 남편도 잘 알고 있지만,  거역할 수 없는 회사의 분주한 일들이 내내 벌어지고 있기에 남편은 나에게 사랑의 언어로 이야기할 시간 조차 확보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번 주의 나는 남편의 늦은 퇴근이 크게 불만스럽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지도 않다. 잠깐의 일탈이 자극제가 되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 매만져준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나를 다스려가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지난 주 겁없이 저질렀던 지출로 인해 이번주는 긴축제정을 운영하며 씀씀이도 조절하고 있다. 또 언제 마음 속에 '화'가 분출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번 처럼은 행동하진 않겠지. 이번 처럼 말하진 않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by sunny | 2009/11/04 12:42 | Today is... | 트랙백 | 덧글(7)

뽀로로 혜림이

지난 번 새이모께서 혜림양에게 선물로 주었던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책으로 인해
스티커 책의 매력에 푹~ 빠진 혜림양을 위해 또 다른 스티커 책을 한 권 주문했는데,
뽀로로 가면이 선물로 함께 도착했다.

뽀로로 혜림이로 변신~ 이얍!
"안녕! 난 뽀로로야~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시즌 2의 노래는 아직 섭렵하지 못했다. 우띠 -.,-)

by sunny | 2009/10/30 14:42 | 혜림이랑~ | 트랙백 | 덧글(7)

한밤중의 대소동-1부

지난 월요일, 혜림아빠가 성경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온 시간은 저녁 12시 무렵. 혜림이를 재우다 깜빡 잠이 들었던 나는 거실에 켜진 환한 불빛을 보고 다시금 잠에서 깨어났다. 혜림아빠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다시 잠자리에 누우려고 하는데,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좀처럼 잠을 청할 수 없었다. 한 동안 기타연습을 하던 아랫집 남학생은 이제 노래를 틀어놓고 건반으로 연주법을 따라하는 듯 했다. 그 소리가 어느 정도였냐면, 그 노래가 박효신의 목소리를 담은 가수의 곡이었다는 것과, 발라드 곡으로 이별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까지 알 정도였다.

아랫집의 음악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작은 아가씨와 함께 살 때는 작은 아가씨가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찬양소리를 자명종으로 대신 생각할 정도였고, 큰 딸의 피아노 연주와 아랫집 아주머니의 뱃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성량 좋은 노래도 원하든 원치않든 들어야만 했던 날이 무수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생활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래층에서 듣는 소리보다, 아래층이 우리집으로 인해 들어야 하는 소리(혜림이의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더 클 것이라고만 생각해서 무조건 ‘죄인’된 입장으로 그저 함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날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는 공공주택이고, 시계는 이미 새벽 1시를 넘어 20분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혜림아빠와 나는, 그 소리가 확실히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서 6층에만 불이 켜 있는 게 맞는지, 6층 대문을 통해 같은 소리가 들리는 지 한 번 더 확인했다. 6층이었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혜림아빠가 내려가서 얘기를 해 보겠다고 했다. 나도 그러라고 했다. 잠을 못 잘 정도의 소음이라면 늦은 시간임에도 찾아가 얘기해 볼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래층에 내려간 혜림아빠가 금세 올라왔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고 했다. 그리래 이번에는 인터폰으로 전화를 했다.

“윗집인데요. 죄송한데, 혹시 악기 연주하고 계시나요? 소리가 다 들려서요. 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혜림아빠는 방으로 들어왔다. 한밤의 소음사건이 정리된 듯, 다시 잠자리에 들려는데 이번에는 우리집 인터폰이 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인터폰 호출의 주인공은 바로 아랫집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인터폰을 끊고 나니 혜림아빠의 행동이 괘씸하게 여겨지셨던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그게 이 늦은 시간에 인터폰으로 얘기할 내용이냐, 낮에 충분히 할 수도 있는 얘기를 굳이 인터폰으로 하는 이유가 뭐냐…하시며 분을 삭이지 못해하셨다. 그리고는 전화가 갑자기 끊어졌다. 혜림아빠는 다시 내려가 보겠다고 했고, 나는 일이 커질까 싶어 그런 혜림 아빠를 말렸다.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끊은 듯했기 때문이다. 혜림아빠는 하던 얘기는 마무리지어야겠다며 아래층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가 몇 분간 들려왔다. 혜림아빠의 얘기에 의하면 아래층 아주머니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문을 열고 내뱉은 첫마디가 “이 시간에 잠 안자고 뭐해요?”라는 것이었다고.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음악을 들었나본데, 가장 편하고 안식해야 할 자신의 집에서 조차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한다면, 그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야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한다. 유구무언. 혜림아빠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주머니는 다혈질에 지극히 개인중심적인 성향이 강한 분이었다. 자신의 불편은 조금도 견디지 못하면서(지난 여름 장마철에 자기 집의 천정에 물이 샌다면서 이유를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우리집으로 전화했던 그 아주머니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타인의 불편에는 무심한… 일종의 그런 사람이었다. 기질로 본다면 ‘담즙질’적 성향이 강한 분이었다.
혜림아빠와 나는 잠자리에 누워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눈을 붙여야 했다.

by sunny | 2009/10/28 17:01 | Today is... | 트랙백 | 덧글(7)

부평구 나비공원

지지난주 주일 오후, 집에서 빈둥대기 싫은 우리 가족은 개장한 지 얼마 안 되는 부평구의 나비공원을 찾았다. 혜림이는 이미 어린이집에서 다녀온 적이 있었으나, 두번 간다해서 싫어할 혜림이가 아니었기에 나비공원으로 고고~! '정말 나비가 있을까?'

공원을 찾기 전 제일 먼저 가졌던 '의문'은 '우문'이었다. 나비공원은 나비공원이라 이름함이 마땅할 만큼 '나비 생태관' 안에서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우릴 반겨주었고, 자연교육센터장도 훌륭하게 꾸며져있었다. 다만, 아이들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벌써 상처입은 조형물들도 눈에 띄었다. 
 
공원에 도착해서 신이 난 혜림이는 자신이 만든 'Comeon'가를 부르며 호객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이것 저것~ 아이들이 사진 찍기에 좋은 아기자기한 것들이 제법 있어 혜림이를 모델로 앉혀 놓고~ 찰칵찰칵~
나비 공원에 있는 자연스러운 조형물들.
우리도 가족사진을 찍어보았다.
아... 담부턴 카메라 챙길 때 옷도 좀 챙겨입도록 하자.
아래의 두 사진은 혜림양께서 직접 찍으신 작품들 되시겠다.
요즘 사진 찍는 재미를 알았는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혜림양.
이렇게 혜림이의 적성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자연교육센터장 1층에 있는 놀이방에는 책들과 각종 퍼즐, 놀이 쿠션들이 아이들의 발길을 잡아당겼다.
재미있게 놀았나 우리 혜림?
사진 찍을 때 자신만의 포즈와 표정이 생긴 것 같아 재미있다.
가족들과 함께 부평의 나비공원으로 Come on~ Come on~!

by sunny | 2009/10/26 17:01 | 혜림이랑~ | 트랙백 | 덧글(5)

"33개월 혜림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8일을 기준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지 만 33개월 된 신혜림입니다.
최근 엄마의 분주함과 게으름으로 인해 이곳의 업뎃이 늦어져서 이곳을 찾는 저의 팬 여러분의 민원이 제기된 바, 제가 직접 저의 소식을 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사진 속에서 제가 입고 있는 옷은 지난 추석 작은 고모와 큰 고모가 사 주신 꼬까옷 되겠습니다.
요즘 저의 사랑이 곰돌이에서 콩콩이에게로 옮겨진 까닭에 사진은 콩콩이와 함께 찍었습니다.
(사실, 갈색 곰돌이 보다 콩콩이의 털색깔이 더 화사해서 사진빨을 더 잘 받는 것 같아서 콩콩이를 안고 찍었답니다.)

요즘 제가 관심을 가지고 하고 있는 놀이로는,  엄마한테도 '야', '자'가 가능한 '친구놀이': 이 놀이는 엄마랑 친구가 되었다는 가정하에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로써 한마디로 엄마랑 맘먹는 놀이되겠습니다. 또 '숫자 쓰기', '글씨 쓰기' 놀이~  아는 글자가 하나 둘씩 늘어가는 기쁨이 쏠쏠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직접 쓴 글씨들을 보여드릴게요. 또 물구나무 서기 연습도 하고 있고요, 제 마음대로 노래 부르기와 막무가내 댄스도 제 인생에 즐거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 참! 그리고 엄마 아빠가 큰 맘 먹고 사 주신 '뽀로로 컴퓨터'도 하고 있는데, 아직 더하기랑 빼기가 뭔지 잘 몰라서 '숫자놀이'를 할 때면 항상 애를 먹곤 합니다. 뽀로로가 "6 더하기 8은?"하고 물어보길래, 제가 "2"를 눌렀더니 엄마가 깔깔거리며 뒤로 자빠지셨습니다. -.,-;;

먹는 것도 여전히 잘 먹어, 어린이집에서는 볼록나온 배로 따지는 서열 순위 3위에서 2위로 자리매김했고, 조만간 고지를 점령할 듯 도합니다. 엄마는 어린이집에 저를 데리러 오실 때마다 "혜림이가 너무 잘 먹어서 원비를 더 내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하시는데, 원비가 뭔가요? 그것도 맛있는건가요? ^^

목소리도 여전히 크고, 여전히 씩씩한 저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삼촌, 민경언니, 예은이가 날마다 보고싶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가끔 권리 이모, 민정이 이모, 미니이모, 배이모, 유경이 이모, 새이모, 사자이모, 허이모가 더 많이 보고싶기도 합니다. 모두들 잘 지내고 계세요. 우리 곧 만날 날이 오지 않겠어요?

엄마가 이곳에 재미난 이야기 많이 올리시도록 저는 더 잘 먹고, 더 신나게 놀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겠습니다.
See you real soon!

by sunny | 2009/10/15 14:21 | 혜림이랑~ | 트랙백 | 덧글(9)

변신혜림~

어쩜 이리도 다양한 표정들이 나와주시는지...
아빠랑 도서관에 갔다가 책은 안 읽고, 연기 연습만 하고 왔나보다. ㅋㅋ
혜림 아빠 핸드폰에서 발견한 혜림이 사진열전~(첫번째 사진은 새이모가 찍어준 사진~)

혜림아~ 사랑해!

by sunny | 2009/10/08 10:35 | 혜림이랑~ | 트랙백 | 덧글(4)

세계여행~

집에서 가까운 곳에 참 좋은 곳이 있었다.
몇 십년이 걸려 해 볼까말까 한 세계여행을 단 2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언니와 민경이, 그리고 우리 세식구가 지난 주일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ㅋㅋ

부천 상동 영상문화단지에 위치한 아인스월드는
2003년 11월 15일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곳엔 유네스코가 지정한 34점의 문화유산과 유네스코 10대 문화유산 9점,
현대 7대 불가사의 6점 등 세계 25개국 109점의 유명건축물들이 1/25로 축소 전시되어있는데 
미국 허리우드 영화 제작사인 윈더웍스(WonderWorks)사가 직접 제작하였다고 한다.
필리핀 서커스 공연단의 공연이 있어 재미있게 관람을 한 후,
혜림양에게 기념으로 공연단과 사진을 찍겠냐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여,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
울음을 터트리는 혜림양. @__@
대략난감한 엄마는 그래도 사진을 찍겠다고... ㅋㅋ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하여, 서둘러 찾아가지 않았더니만
미니어쳐 건물들에 불이 들어오는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무 그늘이 별로 없어 한 여름이었다면 무척 더웠겠지만
9월의 선선한 바람이 관람을 힘들지 않게 해 주었다.
(진작 가보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
아인스월드는 하루 데이트 코스나 가족나들이로는 꽤 괜찮은 장소였지 싶다.
다만 유지관리보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그것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비싼 관람료(8500원)에 어울리게 좀 더 관리하고 보수한다면
더욱 멋진 테마파크가 될 것 같았다.

by sunny | 2009/09/22 17:08 | 혜림이랑~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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