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9일
결코 무릎 꿇지 않으리~
혜림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아침.
늦잠을 잔 탓에 마음이 분주하다.
신호등만 건너면 저 앞이 바로 어린이집.
20m 전방의 신호등이 이내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걸어가다가는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할 상황.
"혜림아~ 뛰자!"
뒤뚱뒤뚱... 으쌰으쌰... 겨울 옷을 잔뜩 껴 입은 우리 모녀.
급한 마음에 발보다 몸이 앞섰나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넘어져서 바닥에 뒤굴고 만다.
무릎팍이 깨졌는지 고통이 전해져 오고,
그래도 엄마랍시고, 혜림이를 먼저 챙긴다.
"혜림아 괜찮아?"
"응. 엄마는?"
"엄마도 괜찮아. 그런데 무릎이..."
아, 이제 결코 신호등 앞에서 무릎 꿇지 않으리.
2.
혜림이가 '곰 세마리' 노래를 부를 때 외에는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곰'이라고 생각한 적 없건만,
요즘의 나는 겨울 잠을 자는 '곰' 같기만 하다.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진 못해도 남편이 일어날 때
함께 일어나 남편의 아침 식탁을 챙겨주곤 했던 나였는데,
'겨울잠 자는 곰'이 되어 버린 요즘,
남편의 기상 소리에 눈을 떴다가도 다시
이불 앞에 무릎을 꿇고 있으니...
덕분에 남편은 차가운 국을 뎁히지도 않고 밥을 말아
대충 먹고 출근을 하는 모양이다.
그저 밥 먹는데 의의를 둔 사람마냥.
결혼 3년차, 그래도 신혼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너무나도 이기적인 나의 모습에 후회가 밀려든다.
아, 이제 결코 이불 앞에서 무릎 꿇지 않으리.
3.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무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남편의 번호가 핸드폰에 찍히며 요란하게 진동한다.
이 시간엔 전화 잘 안 하는데, 무슨 일이지?
(우리 사무실은 1시부터가 점심시간이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과장님이 당신한테 전화한 번 해 보라고 해서..."
"당신 과장님이 저한테 왜요?"
"내가, 당신이 보라씨(여직원)보다 더 예쁘다고 했더니..."
"보라씨가 훨씬 낫죠."
'아니야, 당신이 훨씬 나아."
"그럼, 그렇게 믿고 사셔요."
"알았어."
남편의 도를 넘긴 농담.
누가봐도 보라씨는 참 예쁜 직원인데...
나를 놀리는 기분이 슬쩍 들기도 하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남편의 농담 앞에 나 무릎 꿇지 않으리~
# by | 2009/11/19 14:10 | Today is... | 트랙백 | 덧글(3)






















